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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은 허무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회의에 참석했건만, 뱡은 오히려 평소보다 회의를 일찍 끝냈고 킨과 관련된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킨이 내심 기대했던 상황은 벌어지지 않은 채 회의가 끝나버렸다.
물론 뱡이 문제 삼으려 했던 내용이 해소된 것은 아니므로, 때가 되면 그에 대한 언급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킨은 뱡이 한번 더 크게 사고를 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지극히 이기적 인간인 뱡이 사고를 치고 다니는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가장 최근에는 그 사고가 결국 스스로에게 화를 불러오기도 했는데, 그것은 유능하고 성격도 좋은 신임 부장을 채용한 지 두 달 만에 마음대로 해고해 버린 일이었다. 이유는 당연하게도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여기서부터는 조금 딱딱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우리나라 법에는 해고예고수당이라는 제도가 있다. 회사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한 달 전에는 미리 이야기를 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한 달 분의 통상임금을 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굳이 통상임금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경우에 따라 이 수당이 엄청난 금액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당시에 그 부장은 기본급에 각종 수당을 더해 뱡의 한 달 월급보다 꽤 많은 금액을 수당으로 받았고 그 돈은 고스란히 대표인 뱡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공적자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의 특성상 해고예고수당을 위한 예산은 어디에도 없었고, 이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뱡은 꼼짝없이 법정에 서야 할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 뱡이 수당으로 줄 돈을 마이너스 통장에서 인출했다는 것은 직원들 사이에 이미 유명한 일화다. 뱡은 그 많은 월급을 도대체 어디에 다 쓰는 걸까? 이 소식을 들은 직원들은 누구나 같은 질문을 던졌다.
자칫하면 자신이 대표직에서 물러날 뻔했던 큰 일을 스스로 초래하고도, 뱡은 여전히 제멋대로였다. 그 나쁜 놈이 내 뒤통수를 쳤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니는 뱡이었다. 성격 좋은 그 부장이 수당을 받는 선에서 합의를 해줬고, 굳이 뱡과 같이 일하고 싶지 않아 부당해고를 문제 삼지 않았기에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뱡은 돈은 돈대로 들고 대표직에서도 쫓겨나고 형사에 민사까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얼마 안 남은 머리카락도 다 빠져버렸을지 모를 일인데 말이다.
그런 뱡이 한결같아서 다행이라고 킨은 생각했다. 언제든 다시 그런 사고를 치면, 이번에는 반드시 뱡을 내쫓겠다고 킨은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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