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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킨은 뱡에 대해 몇 가지 꾸준히 기록해두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뱡의 불량한 근태에 대한 것으로, 처음에는 뱡이 퇴근하는 모습이 담긴 CCTV 화면을 캡처했는데 이것은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어서 킨은 메신저에 대화방을 하나 개설했다. 대표인 뱡과 부장인 쟌을 제외하고 믿을만한 몇몇 직원들만 초대된 이 대화방에는 뱡의 출퇴근 상황을 주로 킨이 기록하고 있다. 굳이 사진이나 영상이 아니어도 꾸준히 일관되게 기록한 자료는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는 사실을 킨은 알고 있었다.
뱡의 근태에 관해서라면 사실 직원 누구라도 할말이 많은 것이, 뱡은 자신은 대표이므로 출근이나 퇴근 중 한 번만 지문인식 인증을 하면 출근이 인정되지만, 직원들은 출근과 퇴근 모두 지문을 찍어야 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무늬만 대표일뿐 어차피 뱡의 월급도 나라에서 나오는 데다 기관의 성격상 대표의 근태 불량은 관련법에 따라 해임 사유에 해당하는데, 뱡은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출근한 지 채 한 시간도 안 되어 퇴근하거나 오후 늦게 나오거나 심지어 결근하고 다음 날 연차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렇게 자기는 마음대로 출퇴근하면서, 직원들의 근태 자료를 매월 자신에게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직급이 대표자라는 이유만으로 엄청난 월급을 받아 가는데 이렇듯 근태가 불량하고 심지어 회사에 나와 있는 시간조차 뭘 하는지 알 수 없는 뱡에 대해 직원들의 불만이 얼마나 큰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킨이 수집하고 있는 뱡에 대한 다른 한 가지 자료는 뱡의 인격 즉 도덕적인 측면에 상처를 낼 만한 것인데, 뱡이 회사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기 집에서 나온 쓰레기까지 회사에 가져다 버린다는 사실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시작은 청소를 담당하는 외부 용역업체 직원이 지난겨울 분리수거장에서 발견한 검은 비닐봉였다. 비닐류 분리수거함에서 발견된 그 검은 비닐봉지를 풀어보니 온갖 잡다한 쓰레기가 뒤섞여 있었는데, 그 속에서 뱡의 이름이 적힌 약 봉투가 발견된 것이다. 그 이후로 킨은 그 용역업체 직원에게 뱡이 아무렇게나 버린 쓰레기가 발견되면 자신에게 알려달라고 부탁을 해두었고, 연락이 없어도 수시로 분리수거장에 들러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두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본 폐기물은 모월 모일 20X동에서 나온 무단 투기물로 해당 세대에서는 CCTV에 녹화되어 있는바 조속히 처리 또는 경비실로 연락 바랍니다'라는 경고문이 붙은 비닐봉지도 발견되었다. 물론 그 속에서는 뱡이 버린 것으로 짐작되는 온갖 쓰레기들이 뒤섞여 있었고, 그 위에는 보란 듯이 뱡의 이름과 주소가 적인 공과금 고지서가 구겨져 같이 버려져 있었다.
배려야말로 우리 조직을 하나로 묶는 끈이라고 열변을 토하고, 직원회의를 시작하면서 순국선열과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묵념을 하는 뱡의 언행이 한낱 위선에 지나지 않는다는 증거로 이보다 효과적인 것은 없다고 킨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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