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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킨의 소소한 취미생활 1

Wet_Garden 2023. 7. 7. 20:08

가로 10센티미터, 세로 2센티미터의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으로 잘라낸 여러 장의 종이 뭉치를 쓰레기통에 버리며 킨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사실 이 아이디어는 킨이 사랑해 마지않는 한 영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영화에서는 탈옥을 준비하는 주인공이 두툼한 성경책의 안쪽을 오려내어 공간을 만들고 거기에 벽을 뚫는 작은 망치를 감춰두어 간수를 속였다. 킨도 지금 업무용 다이어리의 안쪽을 어떤 물건의 크기와 두께에 맞추어 조심스레 오려냈고, 오려낸 종이 뭉치를 다른 직원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자기 자리의 휴지통이 아닌 밖에 있는 공용 쓰레기통에 버렸다.

 

킨의 업무용 다이어리 안쪽에 감춰질 물건은 바로 디지털 녹음기였다. 가로 10센티미터, 세로 2센티미터에 두께는 불과 0.5밀리미터인 이 녹음기는 다음 주 회의 시간에 사용될 예정이다. 그동안은 휴대전화의 녹음 기능을 사용했지만, 말하는 사람과의 거리에 따라 음량이나 음질 차이가 컸다. 특히 녹취의 핵심 당사자인 대표는 말소리가 작고 발음도 명확하지 않아 알아듣기 힘들게 녹음되는 경우도 많았다.

 

다시 사무실 자기 자리로 돌아온 킨은 살짝 고개를 들어 파티 너머로 주변을 살핀 후, 가방에서 녹음기를 꺼내 준비된 공간에 넣어보았다. 자로 잰 듯, 아니 사실 자로 재고 연필로 그려 오려냈지만, 가로와 세로 크기는 딱 맞았다. 다만 깊이가 조금 부족했는데, 주머니에 꽂을 수 있도록 녹음기에 달린 작은 클립 때문에 다이어리가 살짝 벌어졌다. 실수는 아니었다. 눈에 띌 정도로 큰 틈도 아니었고, 그 틈 사이로 소리가 들어가 녹음이 더 잘 되리라는 것이 킨의 생각이었다.

 

"만약에 대표와 부장이 뱡과 쟌이 아니라면, 그러니까 능력도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었다면 우리도 일하면서 보람을 좀 느낄까요?"

녹음을 시작한 녹음기를 넣어 둔 다이어리를 덮어 책상 위에 두고, 킨은 무심한 듯 파티션 너머의 다른 직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당연하죠, 우리 조직에서 제일 문제인 게 그 두 사람이잖아요?"

킨의 자리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마주 앉은 윰이 다소 허무한 감정을 담아 대답했다. 당장 두 사람을 몰아낼 방법도 없는데 그런 가정을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우리가 열심히 하고 싶어도 한계가 있잖아요, 부장이나 대표가 할 일을 우리가 할 수도 없고."

왼편에 앉은 셴도 한마디 거들었다.

 

"저는 이제 부장도 포기하기로 했어요,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되지가 않아요."

만세 하듯 기지개를 켜며 대답하는 맞은편 지스의 왼손에 들린 휴대전화 화면에는 요즘 직원들이 즐겨하는 게임이 띄워져 있다.

 

"그냥 오늘처럼 둘 다 자리에 없으면 그게 최고잖아요."

다시 파티션 너머로 사라지며 지스가 덧붙였다.

 

조용해진 사무실을 뒤로하고 킨은 밖으로 나왔다. 그가 나가는 것도, 그의 오른손 안에 작은 디지털 녹음기가 숨겨진 것도, 다른 직원들은 아무도 신경을 쓰거나 알아채지 못했다.

 

킨은 바람이라도 쐬는 척 아무도 없는 옥상으로 올라가 방금 실험한 녹음기의 성능을 확인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셔츠 앞섶에 있는 주머니에 녹음기를 넣고 한 차례 테스트를 진행한 킨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의 음향기기 전문업체가 만든 이 녹음기가 다이어리 안에 감춰져 있어도 충분한 성능을 발휘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물건이란, 그 값어치를 하니까.

 

'그런데 왜 그 두 사람은 제 값을 못하는 거지?'

뱡과 쟌을 떠올리며 킨은 이마를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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